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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move/What

나이들고 있다는 것을 느낀 늦은 엄마

by coeun 2022. 5. 18.

맑은 하늘처럼  산뜻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지만  그것은  시작부터 순조롭게 이어지지 않는다.

귀여운 아들녀석의  공격으로 아침을 연다. 작고 통통한 그 귀여운 다리를  내 배속에   넣으려고 애쓴다.

잠결에  무슨  느낌으로 그런지 모르지만  반수면 상태에서는 어김없이  귀여운 발이 내  다리를 찾아 들어온다.

그때 부터 기분이 별로다. 나는 이내  다그쳐본다  " 엄마가 배에 다리 넣지 말랬지?"

나는 아침부터 아이를 나무라는 엄마가 되어버리고선 이내   스스로 기분이 별로다.

 

귀여운 표정의  아이는  일어나지 말라며  나의 몸을 다시  침대로 눕힌다 . 사실 나는 어제 아이를 재우고서  

의미없는 유트브 나부랭이를 보느라  정신을 쏙 뺐으므로  더 자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닌척 다시 누웠다.

이미 유치원 등원차량 오기 20분 전이다 . 그냥  포기하고  담임선생님께 문자를 보낸다. 등원직접 시키겠다고.

몇번의 실랑이 끝에  침대에서 나와  식탁에 앉아  콘프레이크와 우유를 먹자고 말해본다 . 남편도  같이 늦잠을 자서

먼저 챙겨 먹고 나갔고  우리 차례다. 

 

아들은 콘프레이크를 안먹겠단다.....하지만 내가 우유에  타서 먹으니  크랜베리와

먹겠다며 가지고 온다.  맛있게 섞어 먹고선  욕심껏 크렌베리를 더 먹겠다고 넣어 놓고선  두번째  크렌베리를 다 남겨 놓는다.  늦은 엄마는  맘에 들지  않는다 .." 아프리카 아이들은   먹을게 없어서 굶는다는데  이렇게 음식을 낭비하면 안돼지 !!!"  그랬더니 " 그건 나도 알아~" 하고 대답한다. 

 " 다음부턴 먹을 만큼만  넣어서 먹어야해~!! 이렇게 남기면 안돼!!" 내가 대답한다

 

늦은 엄마는  매순간 아이에게 하는 말이 너무 어렵게 다가온다. 그냥 아무말도 없이  배부르면 그만먹어도 돼!!라고 

쿨하게 말하는 것과   먹을만큼  덜어서 먹는 걸  가르치는 것중에 나는 후자의  사고가 더 온당하다고 보기에 그렇게 

가르치려 하지만  결국  쿨함은  찾아볼 수 없는  쪼잔함이   남는 기분적인 기분에  스스로 혼자 맘이 별로다.

이런  기분 별로가 쌓이다가 나이와 연관된 한계와 만나 시너지를 낸다.  이렇게 말이다 ..

 

 외출준비하려고 들어간    욕실에서 바라본 거울 안에   내머리에  새둥지가  있다.  어제 저녁에 머리감고 잤더니  까지고 난리가 났다.  오늘은 아이를  데려다 주고   다리 물리치료를 받을 생각이어서  외출을 해야하는데  ..쩝..

드라이어기로  모양을 만들어 보지만  잘 안된다 ....아....  짜증이 몰려온다...  흰잔머리는  눈치도 없이   가운데 가르마에  1이라는 숫자를 가르키려는 듯  딱하니  서있다.  어떻게든  가르마를  섞어서   숨겨보려 했지만  숨겨지기는 커녕  다른  가르마 속  더 많은  흰머리카락들이  본인의   존재를 더 과시하고 있다. 

 

늦은 엄마 .... 나이든 엄마에겐  세월이란 적이  옆에 붙어있다 ... 나이든다는  것은  마음을 침울하게 하고 다운되게 만든다. 긍정적인  사람으로  항상  밝게 생활하기를  모토로 살아온 나는  20~30대를 살면서 40대 언니들의 우충충한  얼굴과 옷과 헤어스타일이  왜 그런걸까? 왜 그렇게 하고 살까 ?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휴~~ 궁상맞아!! 라고 말이다.

 

허나.....40대 초반을  마주하고  전업주부로 살면서  나보단  아들과  신랑과 신랑친구의  식사를 챙기다 보니  나는 뒷전이되는 기분이다. 지금의 나는  그때 언니들의 모습을 너무나 이해한다.  오히려 나보다  우리집이 더 상전이 아닌가 싶기도  싶다. 생각해 보면 매일  세탁기를 돌리거나  청소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 분주히 밥을 하고  정리를 해도 왜 나는  매일 바쁜것 같고  하는 것 없이  시간은 잘가는 것만 같은 걸까?  나의  재테크 공부의 원칙으로 하루에 한번 꼭  신문을 보고 정리하는  그 시간 왜에   남는 것이 없게 느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아름다움도  시간과 노력이 필수인것이다. 세월이 나를 점령하려고 할때는 더욱 그런것 같다.

 

점심을 먹고 다 치운다음  멀리있지만 커트 잘하는 미용실에 가서 커트를 하고 커피숍에가서  커피한잔을 마시오자는 당찬 계획을 세웠지만   설거지 후   샐러드에 먹을  치즈를 끓여 만들고  오전에 장봐온  싱싱한 파를  씻고  소분 정리하고 나니까 2시30분이다 . 커피믹스 한잔을 마시고 나니 3시다 . 이내 나는 미용실은 내일로 미룬다.

 

신문정리를 하다가  침울한 마음을 정리할겸 오랜만에  티스토리에 들어와  카테고리 정리하고  글을 쓰고 있다. 

오늘 부터 티스토리에  늦은 엄마 일기를 써야겠다. 혹시나 나와 같은 일상을 공감해줄 친구가  생기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지금 글 보러 오는 이 하나 도 없지만  엄마라는 존재의  위대함의  저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찌질함과 서글픔을 나누고  공감해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다 쓰고 보니  내 넉두리인것 같다. 꽃다운 20대 젊음은 사라지고 있다는 걸   마주하며 하루 하루  살다보니 아직은  익숙함보단  생소함과  서글픔과  발악이 공존하는 그런 시기를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늦은 엄마로써  아들 초등학교 입학할때까지  나름 예쁘고 세련된 엄마이길 바라면서  낼  예쁜  컷을 할것을 다짐해 본다.